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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신천지/하늘나팔소리

[신천지 에세이] "하나님 아버지" " 아버지 하나님 "

[신천지 에세이] "하나님 아버지" " 아버지 하나님 "




 

  아 여름바다, 오는 줄 모르게 성큼 다가온 더위에 망상이 하얗게 이글거린다. 정동진에서 경포대로 오르는 길에 꼭 만나는 해변이 망상. 옛날보다 그 규모가 훨씬 커졌고 간판에 수식어도 붙었다. ‘명사십리 망상해수욕장’그렇다, 우리나라에서 망상만큼 넓은 백사장을 가진 해수욕장은 드물다. 단점이 있다면 모래의 입자가 너무 고와선지 한낮의 모래밭은 뜨거워 걷기 힘들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벌써 20년 전인데 아들아이 유치원 때 모습이 떠올라 웃고 있다. 한참을 놀던 녀석이 물 밖으로 뛰어 나가더니 아빠를 다급히 불렀다. 수영복에서 바닷물을 뚝뚝 흘리며 오줌이 마렵다는 것이다. 급하면 바다에 누라했더니 진저리를 치면서도 안 된단다. 


  아들의 손을 잡고 화장실을 향해 뛰었다. 발바닥이 너무 뜨거워 안 뛸 수 없었고 커다란 휴지통 뒤로 응달진 모래밭에선 저절로 쉬게 되었다. 화장실까지 절반쯤 뛰어온 지점인데 그냥 여기서 누라고 했더니 아이는 고개를 흔들며 쩔쩔맸다. 다시 뛰며 아이 손을 꼬집었다.


  “야, 네 고추는 자랑스럽게 내놔도 아무도 안 쳐다보거든?”

  “아니, 그게 아니고 내 오줌 땜에 개미들 죽으면 어떡해?” 

  물놀이가 끝날 때까지 그렇게 두 번을 다녀오며 나는 뜨거운 백사장을 형벌처럼 걸었다.    "여보, 저 녀석 수박 먹이지 말고 다음번엔 당신이 가. 당신은 어떻게 화장실엘 안 가네?" 

  파라솔의 아내는 선글라스에 웃음을 숨기고 아이의 효도를 혼자만 받지 말란다. 

  

  그때쯤부터인가 아이는 운전도 간섭했다. 뒷좌석에 서서 도로 표지판의 지정 속도와 우리 차의 계기판을 볼 줄 알게 되었을 때 처음에는 불편했다. 뒤에서 깜빡 잊은 속도를 자주 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아이가 아는 기초 법규는 철저히 지키게 되었는데 그건 귀여운 좁쌀영감 덕분이다. 



이제 그 좁쌀은 청년이 됐다. 군대를 다녀온 뒤 우리 교회 새 신자가 된 청년이다. 녀석은 나이가 훨씬 많은 제 누나도 아빠라고 부르는 나에게 꼭 ‘아부지’라 부른다. 

  “아부지, 우리가 기도할 때 ‘하나님 아버지’하기도 하고 ‘아버지 하나님’하기도 하는데 둘 다 맞는 거죠?”


  “뒷말이 맞다, ‘하나님 아버지’는 하나님의 아버지가 또 계신다는 착각을 주기도 하므로 ‘아버지 하나님’이라 하는 게 좋다.”


  “아 네... 근데 아부지, 하나님께 아부지도 아버지라 부르고 저도 아버지라 부르는데 아부지와 저는 뭐예요?”

  “나와 너는 육적인 부자사이고 하나님과 우리는 영적인 부자사이지.”


  “그러니까 아부지도 하나님 아들이고 저도 하나님 아들이면 우린 뭐냐구요?”

  “하나님 앞에서 우린 형제지, 같은 씨로 다시 태어난 사이. 하나님의 씨는 뭐지? 말씀이라 하셨지(눅 8:11)? 말씀을 지녔다면 원로 목사님도 네 누나도 네 조카도 모두 형제란다.”


  “씨가 무진장 중요하군요. 육적인 씨야 누구나 있지만 영적인 씨가 없는 교인도 있어요?”

  “무진장 많지. 지금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구. 씨도 없이 하나님께 아버지라 부르면 듣는 그분 어떻겠니? 이담에 말이야, 네 자식도 아닌 아이가 너에게 아버지라 부르며 달려들면 좋겠니? 좋다면 둘 다 정신병원 가야돼. 하나님과 우리사이도 똑같지.

 

 하나님의 씨가 뭔지도 모르면서 나는 유명한 교회 교인입네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도 교인’이라는 망상에서 빨리 나와야 한다. 그래야 진짜 교인으로 거듭나고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자격이 생기지. ‘자격’얼마나 신나는 단어인지 너는 아직 모를 텐데 그건 망상의 정반대편에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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