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보통通/스포츠 세상

‘리틀 쿠바’ 박재홍, 은퇴 선언


‘리틀 쿠바’ 박재홍, 은퇴 선언 

 




‘리틀 쿠바’ 박재홍(40)이 은퇴를 선언했다.

1월 24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보도자료를 통해 ‘박재홍 회장이 현역에서 은퇴하기로 결심했다’고 발표했다. 선수협 관계자는 “오늘(24일) 박 회장이 선수협에 연락을 취해 은퇴 결심을 전했다”며 “박 회장이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 선수협에서도 박 회장의 뜻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300(홈런)-300(도루) 클럽’이 목표였던 베테랑 박재홍

 
40살 박재홍의 체력은 여전히 좋았다. 그래서 현역생활에 더 미련이 남았다. 하지만, 박재홍은 개인적 실리를 택하는 대신 명예와 약속을 선택했다. 사회적 불명예를 가볍게 여기고 개인적 이득만을 취하려는 이들이 많은 가운데 '선수협 회장'으로 은퇴를 선택한 박재홍의 결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사진=SK)
 
박재홍의 은퇴 결정은 ‘자의 반 타의 반’이다. 박재홍은 지난해 11월 SK로부터 은퇴를 제안받았다. 당시 SK는 박재홍에게 “이제 현역에서 물러나 지도자로 전향하게는 게 어떻겠냐”며 “본인이 원한다면 국외 지도자 연수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박재홍은 SK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대신 현역 연장 의사를 밝혔다. 이에 SK는 박재홍을 자유계약선수로 풀었고, 이때부터 박재홍은 새 팀을 알아봤다. 처음엔 분위기가 좋았다. 몇몇 팀에서 “지명타자 혹은 대타로 아직 활용가치가 충분하다”며 관심을 나타낸 것이다. 하지만, 여러 이유가 겹치며 정작 박재홍을 영입하겠다는 팀은 나타나지 않았다.

모 구단 감독은 “박재홍의 풍부한 경험과 찬스에서의 결정력 등을 높이 평가해 진지하게 (박재홍) 영입을 고려했다”며 “하지만, 우리 팀에도 베테랑이 있어 박재홍을 영입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모 구단 단장 역시 “박재홍의 공격력이 아직 쓸만하다고 판단해 코칭스태프에 추천했지만, 현장에서 ‘젊은 선수들을 키워야 한다’고 난색을 보여 영입을 포기했다”며 “꼭 한 번은 같은 팀에서 뛰고 싶던 선수였는데, 결국 그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복수의 팀에서도 관심은 있었으나, ‘선수협 회장’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 구단 운영팀장은 “박재홍이 선수협 회장에서 물러나고서 일반 선수 신분으로 다른 팀을 알아본다면 새 둥지를 찾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 어째서 모든 팀이 부담스러워하는 선수협 회장 신분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고개를 갸웃했다.

9개 구단의 스프링캠프가 시작하고도 팀을 구하지 못한 박재홍은 1월 중순이 지나자 차분히 은퇴를 고려했다. 당시 박재홍은 “2010년 이후 다소 부진했지만, 마음속 목표를 향해 숨 가쁘게 뛰어왔다”며 “그러나 주변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져 마음속 목표를 중단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재홍이 언급한 ‘마음속 목표’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바로 ‘300(홈런)-300(도루)’이었다. 지난 시즌 박재홍은 통산 300호 홈런에 성공했다. 도루 33개만 성공하면 프로야구 사상 전무후무한 ‘300-300’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300-300’ 달성은 박재홍 개인을 넘어 한국 프로야구사(史)에도 큰 의미로 남을 대기록이었다.

그도 그럴 게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미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300-300 클럽’에 가입한 선수는 극소수다. 그처럼 장기간에 걸쳐 강력한 장타력과 많은 도루를 유지하려면 실력뿐만 아니라 자기관리에도 뛰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선 바비 본즈(332홈런-461도루), 안드레 도슨(438-314), 윌리 메이스(660-338), 배리 본즈(762-514), 레지 샌더스(305-304), 스티브 핀리(304-320), 알렉스 로드리게스(647-318), 카를로스 벨트란(334-306) 등 8명, 일본 프로야구에선 ‘504-319’의 하리모토 이사오(한국명 장훈), ‘437-303’의 아키야마 고지 등 단 2명만이 이 대기록을 작성했다.

만약 박재홍이 ‘300-300 클럽’ 회원이 된다면 젊은 선수들에겐 또 하나의 큰 목표가 생기는 셈이었다. 박재홍도 그럴 요량으로 부상을 참으며 현역생활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박재홍이 현역 은퇴를 선언하며 ‘300-300’ 달성은 후대 선수의 몫이 됐다. 박재홍은 “대기록 달성도 중요하지만, 자칫 대기록에 연연하는 통에 후배들에게 추한 선배로 비칠까 내심 걱정이 많았다”며 “내가 이루지 못한 대기록을 반드시 후배들이 달성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재홍은 “어째서 선수협 회장을 유지한 채 다른 팀 입단을 알아봤느냐”는 묻는 말에 “주변에서도 ‘선수협 회장에서 물러나는 게 신상에 좋다’는 말을 많이 했다”며 다음과 같이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지인들이 ‘선수협 회장에서 물러나야 새 팀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구단 관계자분들도 비슷한 의견을 들려줬다. 하지만,내가 새 팀에 입단하는 건 박재홍 개인사에 불과했다. 그 개인적 사정 때문에 동료 선수들이 부여한 회장 2년 임기를 중도에 포기할 순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동료들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회장직을 유지했고, ‘선수협 회장이라 영입하기 어렵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끝까지 회장 자릴 지켰다. 비록 다른 팀 입단이 좌절되며 은퇴하지만, 동료들에게 부끄럽지 않기에 지금도 후회는 없다.”



‘원조 괴물’ 박재홍

 


광주일고 시절 청소년 대표에 뽑힌 박재홍(사진 앞줄 왼쪽)
 


박재홍의 은퇴로 ‘황금의 92학번 시대’는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특히나 대투수가 많던 92학번 가운데 타자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했던 박재홍의 은퇴는 더 아쉬움이 크다.

광주일고 시절 ‘돌직구’와 ‘슈퍼 타자’로 불리며 마운드와 타석에서 빼어난 실력을 자랑한 박재홍은 1992년 연세대에 진학하고 ‘호타준족’으로 이름을 날렸다. 주성로(넥센 이사) 전 대표팀 감독은 “박재홍은 저학년 때부터 국가대표 단골 멤버로 뽑혔다”고 회상했다.

“국제대회에서 (박)재홍이가 배팅 연습하는 걸 보면 영락없는 쿠바 선수였다. 당시 쿠바 선수들은 체구는 작지만, 장타력과 타격 정확성은 정말 대단했다. 재홍이가 '딱' 그랬다. 체구는 작아도 배팅볼을 치면 쿠바 타자들보다 더 멀리 타구가 날아갔고, 타격 정확성도 쿠바 선수들을 능가했다. 오죽했으면 우리가 박재홍을 ‘리틀 쿠바’라고 부를 정도였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아마팀 현대 피닉스에 입단한 박재홍은 지금은 사라진 현대 유니콘스 창단 멤버로 프로에 입문했다. 1996년 프로 데뷔 첫해. 박재홍은 타율 2할9푼5리, 30홈런, 108타점, 36도루를 기록하며 홈런·타점 1위, 도루 4위에 올랐다. 여기다 프로야구 사상 첫 ‘30(홈런)-30(도루) 클럽’ 가입자가 되면서 그해 신인왕을 차지했다.

 
박재홍이 신인왕을 수상하고 10년이 지나 한화 류현진이 입단할 때까지 박재홍은 원조 ‘괴물’로 야구계에 이름을 떨쳤다.
 


박재홍은 한 번도 하기 힘들다는 ‘30-30’을 1998, 2000시즌에 달성하며 통산 3번을 기록했고, 1999시즌엔 만루 홈런 4개를 기록하며 한 시즌 개인 최다 만루 홈런 기록을 세웠다.

박재홍은 개인 기록뿐만 아니라 팀 공헌도도 높았던 선수였다. 1998, 2000년 현대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2002시즌을 끝으로 KIA로 이적하고서 2004년까지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박재홍은 2005년부터 SK에서 뛰기 시작해 2012년까지 와이번스 멤버로 활동했다. SK에서도 2007, 2008, 2010년 팀이 우승컵을 안았을 때 뛰어난 활약으로 우승에 일조했다.

총 5개의 우승 반지를 보유한 박재홍은 홈런왕(1996), 타점왕 2회(1996·2000), 골든글러브 4회(1996·1997·1998(이상 외야), 2000(지명)), 올스타전 MVP(2002)에 뽑히며 최고 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통산 기록은 1천797경기에 출전해 6천97타수·1천732안타·300홈런·1천81타점·267도루·875볼넷·1천147삼진으로, 통산 출전경기수는 역대 10위·타수 7위·안타 8위·홈런 7위·타점 4위·도루 10위·볼넷 6위·삼진은 4위에 올라있다.


박재홍은 은퇴 후 진로를 묻는 말에 “야구로부터 받은 사랑을 야구를 통해 돌려주고 싶다”며 “은퇴 기자회견에서 향후 진로를 공식 발표하겠다”고 답했다.

박재홍의 은퇴로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은 새 회장을 찾아야 한다. 선수협 정관상 현역선수만 회장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회장 재임 시절 전임 집행부의 부패 스캔들을 파헤치고, 10구단 창단을 이끌어 내는데 핵심 역할을 담당한 박재홍은 ‘역대 선수협 회장 가운데 가장 성공한 수장’ '말보다 실천하는 회장'이라는 호평을 들으며 명예롭게 물러나게 됐다.

박재홍은 “17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만, 무탈하게 은퇴까지 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팬들의 응원 덕분이었다”며 “팬들의 사랑과 응원을 은퇴 뒤에도 절대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박재홍의 은퇴 기자회견은 25일 오후 2시 서울 마포 가든호텔에서 열릴 예정이다.


[자료 출처]
http://news.naver.com/main/ranking/read.n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