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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 교육에 허리휘는 간첩


전세난·교육에 허리휘는 간첩  
    



불법 비아그라를 파는 `김 과장`, 깐깐한 부동산 중개업자 `강 대리`, 소값에 웃고 우는 농촌 청년 `우 대리`. 이들은 모두 남한에 온 지 10년 이상 된 베테랑 `간첩`입니다.
20일 개봉한 영화 `간첩`은 과거 남한에 잠입한 간첩들이 10년 이상 큰 임무 없이 지내는 바람에 남한에서 `생활인`이 돼 버렸다는 가정 아래 진행되는 작품입니다.
김명민 염정아 유해진 변희봉 등이 남한에 산 지 오래된 `생활형` 간첩을 맡았습니다.
`파괴된 사나이`를 연출한 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영화 속 간첩은 치솟는 전세금을 걱정하고 아이들 교육을 위해 이를 악물며 소값을 진정시키기 위해 데모에 나섭니다.
영화는 남한에 살면서 각자 가족을 꾸리고 살아가던 이들이 10년 만에 북에서 내려온 암살지령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을 코믹하게 담았습니다.




 

이념과 사상이 충돌하고 이 모든 것이 지배 가치인 세상. 더욱 분단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이념은 여전히 독버섯처럼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정권 들어 '종북'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었고 모든 척도는 이 논리에 맞춰졌다는 점에서, 여전히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이념은 '빨갱이'라는 혐오스런 단어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간첩은 무엇인가?

과거 독재 정권이 지배하던 시절 간첩이라는 단어는 세상 그 어느 것보다 무서운 단어였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간첩'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두려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영화 <간첩>은 이런 이념과 사상에 대한 알고리즘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블랙 코미디로 담아내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중국에서 가짜 비아그라를 몰래 들여와 파는 따이공으로 사는 김과장(김명민)은 야구를 좋아하는 아들과 무서운 부인과 함께 사는 너무나 평범한 우리 주변 가장의 모습입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아들을 홀로 키우는 억척스러운 동네 부동산 아줌마 강대리(염정아)는 돈을 모아 아들과 함께 사는 것이 전부인 평범한 어머니입니다.

공무원으로 은퇴한 후 평범한 노년을 보내는 윤고문(변희봉)은 마음씨 좋은 동네 할아버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저 나이 들어 고향으로 돌아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남아있는 유일한 꿈인 그런 존재입니다.
소 키우며 한미 FTA를 강력하게 비판하는 해킹 전문가 우대리(정겨운)는 북한을 증오하는 간첩이기도 합니다.
이런 그들을 한 곳으로 모은 최부장(유해진)은 피도 눈물도 없는 킬러입니다.


 




탈북한 북한 고위 간부를 암살하기 위해 남한으로 들어온 최부장으로 인해 일상에 쫓겨 살던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됩니다. 평범한 일상을 살던 그들에게 핀 목란꽃은 그들에게 다시 간첩이라는 잊혀졌던 임무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저 사는 것 자체가 바쁘고 힘겨웠던 그들에게 뜬금없어 보이는 지령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북한의 최고위직 인사의 망명이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고 북한의 입장에서 그런 반역자를 암살하는 것은 당연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임무에 최적합자인 최부장의 남파는 그만큼 이번 일이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했습니다.
이미 오래 전에 망명했던 북한 고위직을 암살하는 임무를 받은 최부장과 함께 일했던 김과장은 그의 잔인함을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남한으로 망명해 남한 여자와 살고 있던 그를 암살하는 최부장은 망명자만 아니라 동승하고 있던 부인마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암살하는 잔인한 인물이었습니다.
당의 명령이 전부이고 그걸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인물이 바로 최부장입니다.
그가 남한의 남파되었다는 것은 이번 암살 사건이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했습니다.


 


     
 
남파되어 고정 간첩으로 살아가는 그들에게는 거부할 수도 없는 이 작전. 피하고 싶고 함께 하고 싶지도 않지만 그럴 수 없는 자신의 처지. 그런 그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의 작전 참여는 힘겹기만 합니다.
과거 연인이었던 우대리는 여전히 강대리를 잊지 못하고, 자신을 떠난 이유에 대해 집요하게 묻기만 합니다.
그런 그들을 보며 그저 재미있는 상상만 하는 윤고문은 심각한 작전 상황과 상관없이 그저 밝기만 합니다.
30년 넘게 고정 간첩으로 살아왔던 윤고문에게 작전이란 어쩌면 생활일지도 모를 일이니 말입니다.

간첩에게 중요한 무기는 어디에 숨겨두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힘들게 번 돈은 부하 직원이 훔쳐 달아나 전셋값 올려달라는 요구에 응하기도 힘들기만 한 김과장. 총을 숨겨두었던 장소를 어렵게 찾아가지만 아파트가 들어서 산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숨겨둔 총을 찾지 못한 김과장으로 인해 업자를 찾아 총을 구한 그들은 본격적인 암살 작전이 시작됩니다.

오래 전부터 김과장을 감시하고 있던 정보부 직원(김과장 아들의 야구 친구인 아들을 둔 학부형)이 그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방어에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암살 대상자를 죽이기 위한 이들과 그들을 막으려는 이들의 대립이 흥미롭게 이어지는 와중에 작전에 방해가 된다며 윤고문을 가차 없이 사살하는 최부장을 보고 회의에 빠진 김부장의 고뇌는 깊어지기 시작합니다.

'고정 간첩'이라는 익숙하지만 쉽게 꺼내기 힘들었던 이야기를 들고 나온 이 영화는 흥미롭기는 합니다.
이념과 사상보다도 중요한 것은 바로 생활이라는 단순 명쾌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이념과 사상은 그저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낸 신기루 같은 가치일 뿐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간첩>은 그래서 재미있게 다가옵니다.


올 추석에 볼만한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