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 재방… 거듭 확인된 ‘강제’ 개종, 논란 예고
기독교방송 CBS가 지난 2016년 방송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급기야 소송 전까지 이어진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을 재편집 방송해 또다시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23일 대법원 제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을 방영한 CBS에 “정정보도 1건·반론보도 8건을 하고 손해배상 800만원을 신천지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CBS는 정정·반론보도문을 내보냈으나 모두 잠든 새벽 3시에 내보내 보도윤리가 도마에 올랐다. 이처럼 정정·반론 손배 판결까지 받은 방송을 CBS가 재방함에 따라 법적 문제를 떠나 보도윤리가 다시 한 번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신천지 신도였던 구지인씨의 강제개종 사망사건으로 강제개종이 사회문제화 된 시점에 단행된 CBS의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 재방이 CBS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강압·속박·면박… 거듭 확인된 ‘강제’ 개종
이번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 전편은 정정·반론 부분만을 삭제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방영됐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피해자들이 명백히 종교강요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종교강요를 하는 가해자를 피해자로 둔갑시키고 있다는 것도 거듭 확인됐다. 불법적 종교강요 행위는 상담소에 오는 과정은 물론 상담과정 내내 고스란히 보여진다.
지난 4일 재방된 1부에서는 효은(가명)씨가 상담소에 오게 되는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효은이의 태도를 보여준다. 효은이가 나가겠다고 수차례 의사표현을 해도 번번이 거절당한다. 상담소까지 오는 장면이 재구성된 화면이나 나레이션을 통해서도 강제로 현장에 끌려 와 속박 당한 상태에서 장시간에 걸쳐 개종을 강요당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효은씨가 완강하게 (상담 받지 않겠다) 버틴 것입니다” “무작정 탈출을 시도하려던 딸과 한바탕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힘들게 계속된 효은씨의 상담, 아무런 소득 없이 긴 하루가 지나갑니다” 등의 내레이션은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폐쇄된 환경에서 일방적 강요가 지속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효은씨가 직접 “이 말씀(상담사말) 안 들을래. 신천지 갈 거야”라는 등 거부의사를 반복적으로 밝히지만 현장에서 나오지 못한다. 심지어 “(교리에 관해) 신천지 측에 전화로 물어 보겠다”는 것마저 거절당한다. 이밖에 상담사가 “너 지금 신천지 식으로 생각하고 울지 말어” 등 윽박이나 면박을 주는 장면도 자주 등장한다.
2부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정황이 나온다. 다혜(가명)씨는 “핸드폰도 다 뺏어가고 이건 납치다” “강제로 끌고 나왔다” “나가고 싶으면 내보내 줄 거냐. 아니면 감금이다” “경찰을 부를 권리도 있는 거고 문제를 크게 만들고 싶지 않다”라고 호소한 부분도 등장한다. 다혜씨 아버지도 “그래 강제로 끌고 온 거 맞아”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 악마의 편집… 앞뒤 뚝뚝 잘라 왜곡
방송에서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은 또 있다. 소위 ‘악마의 편집’이라 불리는 의도성이 짙은 편집이다. 1부에서 CBS는 신천지는 거짓말 포교를 하는 곳이라고 주장한다. 그 근거 영상으로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예수나 구약 선지자들이 사이비”라고 언급한 부분을 내보냈다. 해당 부분만 본다면 신천지는 예수나 구약 선지자를 부정하는 곳으로 보인다.
그러나 본지가 원 설교를 입수해 살펴보니 이 총회장은 전혀 다른 의미로 해당 표현을 한 것이었다. 이 총회장이 예수와 제자들이 신학교를 나오지 않고 안수를 받지 않고도 말씀을 전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신학대 나와야 정통이고 안 나오면 사이비라고 한다면 예수도 사이비다. 그렇다면 목회자들이) 왜 예수나 구약 선지자들이 사이비인데, 사이비가 전하는 성경 말씀을 왜 인용하느냐”라고 한국교회의 이율배반적인 이단정죄를 꼬집는 내용이었다.
◆ 성경에 기록된 ‘영생’ 믿는 게 문제?
기독교의 ‘영생’에 대한 논쟁도 부각됐다. 이단상담소에 끌려온 효은씨는 성경에 언급됐다며 ‘영생’을 믿는다고 말하자, 상담사와 부모는 극도의 반감을 표출한다. 기독교인들은 ‘몸이 다시 사는 것과 영원히 사는 것을 믿사옵나이다’라며 신앙 고백으로 사도신경을 외운다. 그러나 이 방송에서 성경으로 신천지 교리를 반증한다는 상담사는 효은씨가 “영생을 믿는다”는 말에 효은씨를 광신자 취급한다.
신천지 관계자는 “상담사들의 행태는 ‘영원히 사는 것을 믿는다’고 자신들이 외는 사도신경을 스스로 부정할 뿐 아니라 성경에 수없이 약속된 ‘영생’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신천지는 ‘육체가 변화돼 영생할 때가 있다’는 성경의 말씀을 믿고 가르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기성교회에 말씀 없다 스스로 인정
그런가 하면 2부에서는 주류 기독교 교단이 갖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이 표출되기도 했다. CBS는 방송에서 “대학생들은 기성교회에서 채우지 못한 성경에 대한 호기심과 갈증 때문에 한순간 신천지의 교리에 현혹되기 쉽다”고 언급했다. 결국 편의점보다 더 많은 각 교회들에서 매주 설교가 쏟아져 나오고, 기독교 방송 CBS 등에서 설교 말씀들이 넘쳐나지만 신천지의 말씀보다 못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는 지난 2013년 발표된 서울대학원 종교학과 이정은의 문학석사 학위논문 ‘신천지 신자들의 개종 요인에 관한 연구’에서도 잘 나타난다. 해당 논문은 ‘활발한 활동으로 기독교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기독교계 신종교’로 신천지를 분류하고 있다. 연구목적은 ‘교계와 사회의 부정적 인식에도 기성교인들이 신천지로 가는 이유에 대해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간증문에 공통적으로 나타난 신천지로 간 가장 중요한 요인은 ‘말씀의 탁월성’이었으며, 종교적이고 영적인 갈망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했다.
이어 “세상적이고 단편적인 메시지만 전하는 기성교회와 달리 신천지 ‘말씀’은 철저히 성서를 근거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성스러운 말씀이라고 주장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또한 “이에 비해 기성교회 메시지는 신천지 말씀에 비해 교리적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허위·왜곡 보도’로 삭제된 부분은 어디?
이번 재방분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정정·반론 보도 명령을 받은 부분은 모두 삭제되고 방영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부에서는 ‘신천지는 반국가단체고 불법단체다’라는 취지의 인터뷰 내용이 반론보도가 확정돼 삭제됐다. 이와 관련해 법원은 ‘신천지교회는 법률을 준수하고 있고, 위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불법단체가 아니며,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 변란을 목적으로 하는 반국가단체라고 할 수 없다’는 반론보도문 게재를 CBS에 명령했다.
2부 내용 중에는 1건의 정정보도와 2건의 반론보도 해당 부분이 삭제됐다.
먼저 다혜씨가 부모를 고소했다는 내용은 허위사실로 확인됐다. 관련해 법원은 허위 사실을 보도한 CBS 측에 정정보도와 손해배상 800만원을 판결했다.
또 ‘가출조장, 천륜을 끊게 만드는 신천지’라는 진행자 변상욱의 멘트 역시 삭제됐다. 법원은 ‘신천지교회는 가출을 엄격히 단속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도록 지도하고 있고, 위 보도 내용은 일부 교인의 사정을 일반화하는 것’이라는 신천지 측의 반론을 받아들였다.
개종된 김효은이 “신천지에서 계속 세뇌시켰다, 가족과의 단절을 요구했다” 라고 주장한 인터뷰 내용도 삭제됐다. 위와 관련해 법원은 “신천지교회가 교인을 세뇌시킨 적이 없고, 말씀으로 깨우쳐서 자유의지로 신앙을 선택하게 하므로, 신천지교회의 신도들이 강압적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 않고, 신천지교회가 교인에게 가족과의 단절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는 신천지 측 반론을 인정했다.
그간 CBS는 ‘신천지는 반국가 단체’이며 ‘가출을 조장하고 천륜을 끊게 만드는 반사회 단체’라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펴왔다. 그러나 위 정정·반론보도는 CBS의 그런 주장이 ‘신천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기 위한 악의적 거짓말’이었음을 단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 전문가들 “강제개종 강력히 처벌해야” 이구동성
이번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 재방은 지난 1월 구지인씨 사망 이후 사회 문제화된 ‘강제개종’ 논란을 가열시킬 것으로 보인다. 또 이단상담소의 강제개종 행태가 거듭 확인된 만큼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9일 천지일보가 주최한 ‘강제개종 원인과 대책 긴급진단’ 토론에 패널로 참여한 동국대 법학과 김상겸 교수는 “강제개종은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면서 “종교를 강요하는 것은 형법의 강요죄에 해당되며, 납치 감금은 반인륜적 중범죄로 가족이 하든 타인이 하든 똑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개종이든 뭐든 강제적으로 행해진다는 것 자체가 범죄다. 이제껏 제대로 처벌된 적이 없어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서 제도적 보완 장치와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공석영 교육학 박사는 “돈벌이가 될 것이라는 개인적인 사욕이 강제개종의 근본 문제”라면서 “강제개종을 없애기 위해 강력한 법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은 강제개종을 ‘권력관계를 이용한 범죄’라고 규정했다. 그는 “누가 ‘이단종교’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는지 봐야 한다”면서 기득권을 악용해 소수 종교에 극한 혐오감과 편견을 갖도록 하는 사회 구조를 꼬집고 역시 강력한 처벌법 마련을 촉구했다.
강제개종에 대해선 개신교 목회자도 반감을 표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보수총회 노회장 김승탁 목사는 “이단은 하나님만 판단하신다”면서 “사람들이 이단이라 규정하고 강제로 어디다 묶어 놓고 감금해 놓고 이런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교계에서도 들고 일어나야 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또다른 강제개종 피해자 강은혜씨는 “강제개종은 회심교육이라는 명목아래 이뤄지는 인권유린 범죄”라고 주장했다. 그는 “펜션에 갇혀 ‘네가 사단이다. 개‧돼지다’ 등 온갖 인신공격을 받았고 현재도 후유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문제로 비화된 강제개종 해결에 정부와 공권력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http://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509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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