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과 일치운동은 배반”… WCC 논란 여전

“가톨릭과 일치운동은 배반”… WCC 논란 여전

 
지난달 말 열린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총회에서는 WCC에 대한 연구와 조사를 진행하는 위원회를 설치하는 안이 통과됐다. 이는 예장통합의 창립 배경이 된 WCC를 다시 연구해보겠다는 것으로 교단 내에서는 다소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25일 정치부 보고 중 ‘WCC 탈퇴를 위한 연구‧조사위원회’ 구성안이 올라왔다. 이는 즉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 총대는 “‘WCC 탈퇴를 위한’ 연구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것은 교단의 정체성과 역사상에 대한 손상”이라며 “이 안을 폐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합동과 갈라진 게 WCC 때문인데 탈퇴를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고 강조하며 “소리 없이 고쳐나가고 WCC에 대한 정체성에 대해서도 홍보하면서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는 1959년 WCC 가입 문제 때문에 찬반이 갈려 반대 측은 예장합동, 찬성 측은 예장통합으로 분열됐다. 이후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채 반목해왔던 게 사실이다. 이렇듯 합동과 통합의 노선은 확실하게 구분됐다.

그러나 50여 년이 지난 현재 예장통합에서 WCC에 대한 ‘탈퇴’ 논란이 일며 난기류가 흐르고 있다. 지난 25일 총회에서도 일부 총대는 “WCC가 진리이냐. 아닌 건 아니라고 해야 한다” “제2의 신사참배가 아닌가” 등의 성토가 터져 나왔다.

WCC에 대한 논란은 지난해 부산에서 제10차 WCC총회를 개최하면서 극대화됐다. 한기총을 비롯한 일부 교단들은 총회 개최 현장인 벡스코에 나타나 반대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종교다원주의와 개종전도 금지주의, 용공주의를 지향하고 동성연애와 일부다처제를 허용하는 WCC는 한국에서 떠나야 한다”고 주장하며 WCC와 한국준비위원회를 맹공격했다. 그리고 그동안 WCC 대회에서 진행해왔던 다른 종단들의 문화에 대한 비방 책자를 살포했다.

이날 일부 총대들도 이 책자에 기록된 내용으로 WCC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한 총대는 “WCC 대회에서는 목탁을 치면서 초혼제를 지냈고, 인도에서는 코끼리 몸에 손을 얹고 기도하는 게 현실”이라고 분노했다. 이날 통합 총회는 ‘탈퇴’라는 극단적인 단어를 뺀 ‘WCC 연구‧조사위원회’로 안을 통과시켰다.

WCC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NCCK의 활동도 논란이 되고 있다. 가톨릭과 일치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앞서 22일 예장통합 임원회에서는 지난 5월 22일 창립된 한국신앙직제협의회가 화두로 떠올랐다.

일부 총대는 김동엽 증경총회장이 시무하는 목민교회에서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회’가 열렸던 것을 비판하며 “가톨릭과의 일치 운동은 종교 배반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또 “(김동엽 증경총회장이) 협의체를 만드는 데 교단의 허락도 받지 않았다”며 한국신앙직제 가입을 무효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총대는 “천주교와 기도하고 평화롭게 지내는 것은 좋지만 신앙의 일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이날 몇몇 총대들은 소망교회 앞에서 ‘NCCK‧신앙과직제협의회 반대’ 피켓을 들고 입장을 알렸다.

이에 이튿 날인 23일 이어진 논의에서 이홍정 사무총장은 “신앙과직제협의회는 가톨릭과 개신교의 교리와 직제를 하나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각각 고유의 역사 문화적 상황에 따라 형성된 교리체계와 직제를 서로 이해하고 다양성 가운데 일치를 도모하기 위한 협의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날 임원회는 ‘신앙과 직제협의회에 대한 오해를 버립시다’라는 유인물을 배포했다. 그러나 논란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애초부터 WCC를 반대했었던 보수교단인 예장합동은 이번 총회에서 WCC 총회를 준비하며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목회자들을 징계했다. 공동선언문에는 길자연 목사와 홍재철 목사가 서명했다. 위원회는 한기총 이단해제 문제까지 연루된 홍 목사에 대해서는 제명처리를, 길 목사에 대해서는 WCC에 동참하는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이유를 들어 교단지에 사과성명을 게재하고 제99호 총회 석상에서 공개 사과하도록 하라고 결정했다.

[자료 출처]

http://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2583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