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개종교육]
[인권이 운다-강제개종교육2-②]
“제발 살려주세요”… 외쳐도 대답없는 인권위
피해자들 끌려가는데… 인권위 “우리 소관 아니다”
기득권세력이 소수에 가하는 폭력 수수방관
이 과정에도 목사는 절대 나서지 않는다. 상담을 통해 위기감을 느낀 부모가 직접 자녀의 팔을 비틀고 입을 막아 승합차에 태우면 외진 곳의 펜션이나 원룸으로 이동, 24시간 감시체제로 교육이 시작됐다. 남편이 아내를 끌고 가는 경우도 있다. 교육장소에 유유히 나타난 목사 일행은 2박 3일보다 교육이 길어질 경우 추가비용을 부과하고 있었다. 기자가 입수한 음성파일에서 한 남편은 “지금까지 돈 백(만 원) 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개종사업’을 한다고 피해자들이 지목한 목사들의 상담소와 연락처는 네이버 ‘지식인’에도 올라와 있었다. 피해자들은 목사의 인권유린 행위에 대해 처벌할 방법을 찾으려 하지만 법적으로 부모를 고발해야 하는 현실이 이들을 기다린다. 사실상 모든 사건을 지휘한 목사는 법을 피해갈 수 있지만, 직접 납치를 실행한 부모는 법적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쉽게 고소·고발을 할 수 없다. 이 점을 이용해서 목사들은 자신의 ‘사업’을 계속하며 막대한 잇속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본지가 모은 수십 건의 사례는 몇 년간 계속된 전체 개종교육 실태의 일부에 불과했다. 각 사례의 공통적인 특징은 소수 교단에 속하게 된 사람들에 대한 기성 교단의 무자비한 폭행과 폭언, 납치·감금, 가족을 동원한 정신적 압박 등이다. “네가 속한 곳은 틀린 곳이니 무조건 빨리 정신 차리고 나오라”는 협박과 강요다.
서울에서, 부산에서, 지금도 전국 각지에서 개종목사들이 활동하며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언제 다시 납치될지 몰라 집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임시거처에서 머물기도 한다.
이처럼 심각한 사례들을 들은 후에도 인권위의 차별조사과 관계자는 “인권위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냥 부모를 고소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소수자에 대한 인권침해라도 ‘조사할 수 있는 경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기자가 취재 중인 사안은 조사대상이 아니며 피해자들에게도 그렇게 회신했다고 했다. 이같이 인권위가 소수 교단에 속한 피해자들의 사례에서 드러난 인권문제를 외면하고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지 않는 사이에 피해자들은 또 어디론가 끌려가서 길게는 한 달씩 감금된 채 강제적으로 ‘종교지향성 바꾸기’ 교육을 받는다. 임산부라도 상관없이 새벽까지 교육이 이어지기도 한다.
인권위 관계자는 인권위 업무가 첫째로 국가기관에 의한 개인의 인권침해 문제 처리에 제한되며, 이밖에 인권위법에서 정한 19개 차별금지 조항에 해당할 경우는 사인(私人) 간의 관계라도 개입·조사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항목은 성별, 장애, 출신지역·국가, 나이, 종교, 학력·병력, 성적지향 등이다. 하지만 19개 차별금지 조항에 해당하더라도 고용, 교육시설, 재화용역 이용 등에서 불이익이나 차별을 받는 경우로 조사 대상은 한 번 더 제한된다. 관계자는 또 ‘의료기관의 진단서가 있어도 정신적 피해는 다루지 않는다’고 했다.
일각에선 인권위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여성·장애인·성적소수자의 권리 보호가 대체 언제부터 한국사회에서 당연해졌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강제개종교육 피해자나 여성·장애인 등 소수·약자는 기본 권리를 보호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실 성희롱에 대해 법적처벌이 가능해진 것은 불과 12~13년밖에 되지 않았다. 인권위는 정신적 피해를 다루지 않는다고 하지만 여성운동가들은 여성들이 입는 정신적 피해를 인정받기 위해 끊임없이 싸우고 이의제기를 해 온 결과 법적처벌도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올 3월 인권위는 기존에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않던 공기업과 사립학교 등 총 6904곳을 조사대상에 새로 포함시켰다. 이는 인권위가 국민의 인권 문제를 다루기 위해 이미 정해놓은 영역에만 머무를 수 없음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해당 조항의 범위를 넓히면 강제개종교육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권위가 나설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몇 차례에 걸친 피해자 측의 진정에도 인권위 측은 여전히 ‘해당 사항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게 현실이었다. 아울러 인권위 외에는 이 건과 관련해 피해자들이 진정을 낼 수 있는 기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인권위 소관이 아니라면 어느 정부기관에 이 문제를 제기해야 하느냐”고 질문하자 인권위 측은 “(그런 기관은) 없다”라는 대답만 내놓았다. 이에 국가권익위원회에 관련 문제를 문의하자 “인권위의 소관으로 보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http://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133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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