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X, 사랑하는 감정이 단서가 되다

용의자X, 사랑하는 감정이 단서가 되다 

사랑하는 감정이야말로 가장 큰 스릴일지 모릅니다.

영화 `용의자 X`는 한 여성을 사랑하는 남자의 감정선만으로 스릴을 이끌어내는 작품입니다.

일본의 유명 추리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용의자X의 헌신`을 원작으로 했지만 원작의 다층적인 측면 중에 `남자의 사랑과 헌신`만을 뽑아내서 과감하게 각색했습니다.

숨 막히는 두뇌 추리를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사랑만을 위해 모든 걸 바치는 남자의 헌신은 신파 같지만 마음을 울립니다.
 

영화는 천재적인 수학자이지만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남자 석고(류승범)와 그의 옆집에서 조카와 함께 사는 화선(이요원)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화선의 집에 전 남편이 찾아와 폭행을 하자 화선과 조카는 우발적으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옆집에서 이런 낌새를 알아차린 석고가 이들을 위한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어준다는 내용입니다.
 

원작은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드는 주인공과 이를 풀어나가는 천재 물리학자 간의 두뇌대결로 그려졌지만 방은진 감독의 연출로 한국에서 리메이크된 이번 작품에서는 알리바이가 헐겁고 물리학자 대신 평범한 감성을 지닌 형사 민범(조진웅)이 등장해 대결을 축소시킵니다.
 

두뇌 싸움을 축소한 작품은 심장 싸움을 더했습니다.

인물의 심리 묘사에 집중한 것. 영화는 주인공 석고가 왜 화선에게 이렇게까지 알리바이를 만들어주는지, 화선은 또 그에게 거대한 거짓말을 만들게 한 후 어떤 부담감을 느끼는지 등 사건이 일어난 후 이들에게 생기는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찾아갑니다.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든 사람과 그것을 만들게 한 사람, 그리고 이 사건을 풀어내는 사람은 모두 많은 말을 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영화는 인물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에 집중합니다.

특히 펑퍼짐한 정장을 입고 어깨를 잔뜩 움츠린 주인공 석고 역의 류승범은 자신의 감정과 비밀을 마음속에 품고 이 모든 것을 짊어지고 나가는 모습을 묵묵히 그려냅니다.

이 영화는 유명 추리소설을 과감히 각색해 원작과 완전 다른 색채의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멜로를 강조하다 보니 신파적인 느낌도 있지만 결말이 모두에게 아련하게 다가오게 만듭니다.

이 영화는 2012년 10월 18일 개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