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앞세운 추악함’ 종교계도 미투 동참해야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고백으로 시작된 미투(#Me Too) 운동 바람이 폭풍이 되고 있다. 미투 운동의 확산과 사회 반응은 시대가 달라졌음을 방증한다. 과거 성추행 피해자들은 입증도 힘들 뿐더러 피해자를 탓하는 분위기 탓에 상처를 안고 살아야 했다. 또 권력을 가진 남성뿐 아니라 일부 여성들조차 성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관습으로 치부했다. 연극계 거장에 이어, 거장 시인에 배우까지 문화계 미투는 지속될 전망이고, 충격의 강도도 세지고 있다.
이런 미투 물결에 조심스럽게 동참하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성직자들에게 성범죄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다. 성직자(聖職者)는 말 그대로 성스러운 직업군을 말한다. 해서 일반인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전문직 성범죄 1위가 성직자다. 몇 년째 바뀌지 않았다. 그중 목회자 비중이 으뜸이다. 연간 수백여명이 성직자에게 성범죄를 당했다는 얘기다. 물론 드러난 것만이다.
앞에선 하나님의 종인 체하고 뒤로는 교인들에게 추악한 범죄를 저지른 목회자 중 상당수는 여전히 목회를 하고 있다. 놀랍도록 관용이 넘치는 교인들 덕이다. 목사들은 ‘용서하라’는 성구를 자신의 성범죄를 덮는 도구로 활용한다. 현 한국교회에 만연한 목회자 성범죄는 이렇듯 염치없는 목사와 무분별한 교인들의 합작품인 셈이다.
목회자들이 저지르는 성범죄는 전형적인 권력형 범죄다. 목회자를 하나님 보듯 하고 피해자를 탓하는 교회 분위기까지 더해 그간 목회자들의 성범죄는 빙산의 일각만 드러났고, 목회자들은 성범죄에 무감각해졌다. 목회자들의 성범죄는 신과 신의 피조물을 욕보이는 범죄다. 교인들이 미투 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둑이 터지듯 피해자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올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용기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피해자에게 ‘당신 잘못이 아니다’라는 확신도 심어줘야 한다. 교단도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목회자들의 성범죄에 단호히 대응하는 등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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